1. 탄산칼슘 - 탄산수소칼슘
탄산칼슘을 산성인 식초용액에 당그면, 탄산수소칼슘으로 변하게 되어 탄산칼슘의 용해도보다 큰 물질로 새롭게 바뀌게 된다. 탄산칼슘은 실온에서 물 1L에 약 15mg정도가 녹아 용해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탄산수소칼슘은 약 166g 정도가 녹고, 수산화칼슘은 1.73g 녹는다. 즉, 탄산수소칼슘의 용해도는 탄산칼슘의 용해도보다 약 10,000배 이상 크며, 물에 매우 잘 녹는 물질이다.
탄산수소칼슘은 물 속에서 칼슘이온과 탄산수소이온으로 쉽게 나누어지고 이러한 이온들은 극성 용매인 물에 잘 녹는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이온들이 물에 녹아있으면, 투명하게 보인다. 그러나 물에 잘 녹지 않는 탄산칼슘이 물 속에 다량 존재하면, 침전 또는 부유물처럼 떠다니며 탁해 보인다.
2. 클레오파트라의 진주물
이집트 여왕이였던 클레오파트라는 당시 로마의 안토니우스 장군을 유혹하고, 이집트의 국력을 과시하기 위해 환영 연회에서 흥미로운 이벤트를 진행한다. 시종이 가져온 용액이 담긴 잔에 자신의 귀에 걸려있던 진주 귀걸이를 넣고 잠시 후 그 물을 마셨다. 안토니우스는 이러한 클레오파트라의 배짱에 놀라 마음을 빼앗겨버렸고, 그로 인해 로마에서의 권력을 당시 정적이였던 옥타비아누스에게 넘겨주게 되었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당시의 이벤트를 화학적으로 풀어보면, 클레오파트라가 진주를 식초에 넣었다면 진주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산과 반응하여 탄산수소칼슘으로 바뀌고 당연히 수용액에 잘 녹아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마실 수 있는 식초 용액에 포함되어있는 소량의 산으로 진주를 탄산수소칼슘으로 변화하는데에는 기본적으로 어느정도 시간적 여유가 필요했을 것이고, 클레오파트라가 여왕의 지위에 맞는 큰 귀걸이를 착용하였다면, 용해되는 시간은 더욱 길어졌을 것이다. 그러므로 즉석에서 식초에 녹여 마셨다는 일화는 다소 과장된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3. 대리암의 부식
유럽에는 대리암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조각상들과 많은 건축물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대리암은 다른 암석에 비해 색이 아름답고 다루기가 편해서 고대부터 건축이나 조각의 재료로 애용되어왔다. 대리암은 진주와 마찬가지로 탄산칼슘이 주된 성분이다. 따라서 야외에 설치된 대리암으로 만든 조각 작품이 산성비에 녹는 것도 클레오파트라가 진주를 식초에 녹여 마신 것과 같은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생산활동으로 인해 공기로 배출된 황 또는 질소 산화물이 비에 녹으면, 묽은 농도의 황산과 질산 용액으로 변환되어 산성비가 내리게 된다. 산성비가 건물이나 조각상 표면에 있는 대리암의 탄산칼슘 성분과 반응하여 물에 잘 녹는 성분으로 변하게 되면 대리암의 부식이 일어나는 것이다.
4. 탄산칼슘의 침전
탄산칼슘은 산과 반응하여 쉽게 녹지만 기본적으로는 용해도가 낮아 물에서는 잘 녹지 않는다. 수용액에 녹아 있는 탄산수소칼슘은 반응조건이 충족되면 다시 탄산칼슘으로 가역반응이 진행되게 된다. 즉 탄산칼슘이 형성되어 앙금이 되는 것이다.
수돗물을 끓이는데 오랫동안 사용한 주전자의 열이 직접 닿는 부분이나 가열식 가습기의 히터 코일 표면에 흰색 앙금이 붙어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런 것이 수돗물에 녹아있는 칼슘이온과 탄산이온이 반응용기 안에서 탄산칼슘으로 결합하여 용기 표면에 석출된 것이다.
물에 잘 녹는 탄산수소칼슘이 형성되도록 하려면 위 반응이 반대방향으로 진행되도록 유도하면 된다. 물을 담은 주전자에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려 가열하게 되면 탄산수소칼슘으로 변하는 역 반응이 촉진되고 그 결과 탄산칼슘을 쉽게 제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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